주인 3명이 모두 죽은 전화번호
단 하나의 전화번호를 가졌던 남자 세 명이 10년 안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첫 번째 주인은 암으로 쓰러졌고, 두 번째 주인은 길에서 총에 맞았으며, 세 번째 주인마저 자기 식당 앞에서 살해됐다. 이 세 사람을 이어 준 것은 오직 하나, 똑같은 번호였다. 8이라는 숫자가 아홉 번이나 이어지는 불가리아의 전화번호, 0888 888 888이다. 세 번의 죽음을 지켜본 통신사는 결국 이 번호를 영원히 봉인했고, 오늘날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아무 신호가 돌아오지 않는다. 도시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우연이라 넘기기엔 그 규칙성이 지나치게 또렷하다.

8이 아홉 번, 누구나 탐내던 번호
0888 888 888이라는 번호는 태생부터 특별했다. 앞자리를 제외하면 오직 8이라는 숫자만 반복되는 이 번호는, 한 번 보면 결코 잊히지 않는 강렬함을 지녔다. 동양권에서 8은 흔히 부와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그런 숫자가 아홉 번이나 이어지니, 사업가라면 누구나 명함에 새기고 싶어 할 만한 번호였다. 실제로 이 번호는 불가리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동통신 번호 중 하나로 통했다. 성공의 증표이자 권력의 과시였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번호를 손에 쥔 사람들에게는, 하나같이 예상치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주인, 통신사 대표의 죽음
이 번호의 첫 번째 주인은 불가리아 최대 이동통신사를 이끌던 최고경영자 블라디미르 그라시노프였다. 회사가 새로운 번호 대역을 열던 2001년, 그는 가장 상징적인 번호를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 최고 자리에 오른 사업가에게 그 번호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았다. 그러나 번호를 개통한 바로 그해,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진단명은 위암이었다. 병은 무섭도록 빠르게 진행됐고, 그는 48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성공의 정점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이었기에, 회사 안팎에서는 경쟁자가 그를 서서히 독살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았다. 진실이 무엇이든, 화려한 번호를 처음 손에 쥔 남자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두 번째 주인, 지하 세계의 우두머리
주인을 잃은 번호는 오래지 않아 새 임자를 만났다. 두 번째 주인은 콘스탄틴 디미트로프였다. 겉으로 그는 잘나가는 사업가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은 전혀 달랐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에 마약을 실어 나르던 거대한 밀매 조직의 우두머리였다. 불가리아 지하 세계에서 그의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 8이 아홉 번 이어지는 번호는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는 완벽한 상징이었다. 그는 이 번호를 명함처럼 사람들에게 뿌리고 다녔다. 그러나 번호를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3년, 그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번화가를 걷다가 총격을 당했다. 곁에는 모델인 연인이 함께였다. 단 한 번의 총성과 함께, 두 번째 주인 역시 번호만 남긴 채 쓰러졌다.

세 번째 주인, 식당 앞의 총성
두 번의 죽음에도 번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 사업가의 손에 들어갔다. 그는 부동산과 무역을 오가며 활동하던 인물로 알려졌는데, 일부 기록은 그가 마약 밀매와 연루돼 있었다고 전한다. 그 역시 2005년, 소피아의 한 식당 앞에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세 번째 주인마저 앞선 두 사람과 똑같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이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반복적인 결말이었다. 서로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세 남자를 이어 준 유일한 공통점은, 오직 같은 전화번호 하나뿐이었다.

2년마다 되풀이된 죽음의 시간표
세 남자의 죽음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으면 그 규칙성이 소름 끼치도록 또렷해진다. 첫 번째 주인 그라시노프는 2001년 위암으로 눈을 감았다. 두 번째 주인 디미트로프는 정확히 2년 뒤인 2003년 암스테르담에서 총에 맞았다. 세 번째 주인은 다시 2년 뒤인 2005년 소피아의 식당 앞에서 살해됐다. 2년이라는 간격이 마치 시간표처럼 반복된 것이다. 첫 죽음과 마지막 죽음 사이의 간격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규칙적인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저주받은 번호라는 이름
세 남자의 죽음이 하나둘 알려지자, 불가리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속설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같은 숫자가 지나치게 겹치면 오히려 불운을 부른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이 번호를 두고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한 지역 신문의 기자는 오랜 취재 끝에, 이 번호를 손에 쥔 사람은 아무도 무사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 한 줄은 순식간에 온 나라로 퍼져 나갔다. 그때부터 이 번호에는 저주받은 번호라는 이름이 따라붙었고, 누구도 선뜻 이 번호를 가지려 하지 않았다. 한때 가장 탐나던 번호가, 이제는 가장 두려운 번호가 된 것이다.

통신사의 봉인, 그리고 소문
세 번째 죽음 이후, 이 번호는 사실상 아무도 원하지 않는 물건이 되었다. 그리고 2010년, 통신사는 마침내 이 번호의 발급 자체를 중단했다. 겉으로 통신사는 그저 고객의 요청에 따른 조치였다고만 짧게 밝혔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 봉인의 진짜 이유가 세 남자의 죽음에 있다고 믿었다. 이 번호에 얽힌 소문이 퍼지면서, 호기심에 직접 번호를 눌러 본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들 중 일부는 신호음이 몇 번 울리다 끊겼다고 했고, 어떤 이는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 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물론 대부분은 착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주를 믿지 않던 사람들조차, 막상 그 번호 앞에서는 손가락을 멈칫하게 되었다.

숫자가 남긴 서늘함
이 사건을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만 정리해도 서늘함은 여전하다. 하나의 번호를 거쳐 간 주인은 모두 세 명이었다. 그 세 사람은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전부 세상을 떠났다. 사망 연도는 2001년과 2003년, 그리고 2005년으로 2년씩 정확히 벌어져 있었다. 세 사람 중 두 명은 총에 맞았고, 한 명은 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2010년, 번호는 완전히 봉인됐다. 이 모든 숫자가 단 하나의 번호 위에 겹쳐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따져 보아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남긴다.

우연인가, 저주인가
통계학자와 회의론자들은 이 모든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본다. 마약 조직의 세계에서 총격으로 인한 죽음은 드문 일이 아니고, 위암 같은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인이 모두 위험한 지하 세계와 연결돼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들의 죽음은 번호와 무관한 별개의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숫자가 겹치면 불운을 부른다는 속설 역시 과학적 근거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이 이야기는 잘 짜인 우연과 구전이 만들어 낸 하나의 도시 전설에 가깝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번호를 쉽게 잊지 못하는 이유는, 세 죽음이 2년 간격으로 정확히 반복됐다는 그 규칙성 때문이다.

울리지 않는 번호
0888 888 888을 둘러싼 이 이야기는 지금도 하나의 괴담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어떤 번호는 처음부터 주인을 두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통계는 우연이라 말하지만, 같은 번호를 쥔 세 사람이 왜 하필 차례로 죽었는지는 여전히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봉인된 그 번호는 오늘도 침묵 속에 잠들어 있다. 만약 지금 어디선가 그 번호가 울린다면, 당신은 그 전화를 받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