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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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기: 눈이 붉게 빛난 저주받은 검은 동상과 무릎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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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의 검은 동상

밤이 깊으면 이 동상의 두 눈이 붉게 빛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무릎에 앉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멀쩡히 돌아오지 못했다. 미국의 한 공동묘지에 세워진 검은 청동상은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60년 넘게 그 자리를 지켰다. 동상 바로 아래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담력을 시험하러 온 젊은이 하나가 어느 아침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은 이 동상을 그 자리에서 치워야만 했다. 대체 이 검은 동상에는 무엇이 깃들어 있었을까. 이것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동상, 블랙 아기의 이야기다.

슬픔을 담은 조각상

이야기의 시작은 19세기 말, 볼티모어 인근의 조용한 공동묘지였다. 한 노장군이 가족의 묘를 지킬 조각상을 주문했는데, 그가 원한 것은 온몸을 두건으로 감싼 채 고개를 숙인 여인의 청동상이었다. 슬픔에 잠긴 듯한 그 형상은 원래 어느 유명한 조각가의 걸작을 본떠 만든 것이었다. 검게 산화된 청동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어두워졌고, 두건 안쪽 얼굴은 짙은 그림자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검은 동상에 곧 별명을 붙였다. 블랙 아기, 곧 검은 여인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 기이한 소문도 하나둘 자라나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 동상에는 처음부터 그늘진 사연이 있었다. 원본이 된 조각은 어느 유명한 예술가의 손에서 태어난 걸작이었는데, 블랙 아기는 유족의 허락 없이 그 걸작을 본떠 만든 복제품이라는 논란에 휘말렸다. 예술가의 유족은 이 무단 복제에 크게 반발했다고 전해진다. 걸작의 슬픔은 그대로였지만, 그 그림자만은 어쩐지 처음부터 이 검은 동상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던 셈이다.

오싹한 소문

블랙 아기를 둘러싼 소문은 하나같이 오싹했다. 가장 먼저, 자정이 되면 동상의 두 눈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동상 바로 아래 땅에는 이상하게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다. 또 어떤 이들은 자정 무렵 죽은 자들의 영혼이 이 동상 주위로 모여든다고 믿었다.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밤이 되면 이 검은 여인을 보러 오는 사람이 하룻밤에 100명을 넘길 때도 있었다. 조용하던 공동묘지는 어느새 담력 시험의 명소로 변해 갔다. 사람들은 그 검은 형상 앞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면서도, 자꾸만 다시 그곳을 찾았다.

자정의 담력 시험

검은 여인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의 담력 시험도 점점 대담해졌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밤중에 이 동상의 무릎에 앉아 있다 오는 것이 용기의 증표처럼 여겨졌다. 특히 한 대학의 남학생 모임에서는 신입 회원이 되려면 반드시 자정에 블랙 아기의 무릎에 앉아야 한다는 규칙까지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담력 시험에 나섰던 한 청년이 다음 날 아침 동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가 검은 여인의 무릎에 앉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수군거렸다. 이 소문이 퍼진 뒤로 블랙 아기를 향한 두려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청년이 정말 그 무릎에 앉았다가 변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목숨을 잃은 것인지는 끝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었다. 검은 여인의 무릎에 함부로 앉으면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 이야기는 이후 이 동상을 따라다니는 가장 무서운 소문이 되었다.

그날 본 두 점의 빛

그 밤 동상을 찾았던 한 젊은이는 훗날 그때의 일을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두건 속 어둠에서 붉은 두 점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그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고,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아났다고 회고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두 번 다시 그 공동묘지 근처에 가지 않았다. 이런 목격담은 결코 한둘이 아니었다. 밤마다 이 검은 여인 앞에서 겁에 질려 달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사람들이 자꾸만 그 동상을 다시 찾았다는 사실이다. 두려움과 호기심은 늘 나란히 붙어 다녔다.

검은 여인의 소문들

블랙 아기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크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자정이면 두 눈이 붉게 빛난다는 소문이었다. 다음으로 동상 바로 아래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또 밤이 되면 그 주위로 죽은 자들의 그림자가 모여든다는 목격담도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운 것은 그 무릎에 앉은 사람에게 불행이 닥친다는 저주였다. 이 모든 이야기가 겹치면서 블랙 아기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동상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그 검은 여인을 보러 밤마다 몰려들었다. 이런 소문들은 어느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흔한 괴담처럼 들린다. 그러나 붉은 눈, 죽은 풀, 모여드는 그림자, 그리고 무릎의 저주가 한 동상에 모두 겹쳐지자, 사람들은 이 검은 여인을 단순한 조각상으로 여길 수 없게 되었다. 두려움은 소문을 부르고, 그 소문이 다시 더 큰 두려움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저주인가 착각인가

이 오싹한 이야기들을 두고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동상에 정말 무언가가 깃들어 밤마다 살아 있는 사람을 위협한다고 믿었다. 붉게 빛나는 눈과 자라지 않는 풀이야말로 그 증거라는 것이었다. 반대쪽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애초에 이 동상은 유명한 걸작을 몰래 본떠 만든 복제품이었고, 그 논란이 알려지며 불길한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는 것이다. 붉은 눈은 달빛이 만든 착시이고, 죽은 풀은 짙은 그늘과 사람들의 발길 탓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어느 설명도 그 무릎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청년의 이야기만은 말끔히 지우지 못했다. 바로 그 한 가지 사실이, 회의론자들의 설명 앞에서도 이 이야기를 끈질기게 살아남게 했다.

묘지를 떠난 동상

블랙 아기의 이야기는 반세기가 넘도록 이어졌다. 19세기 말 한 노장군이 가족의 묘에 이 검은 동상을 세운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붉은 눈과 죽은 풀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담력 시험과 죽음의 이야기가 잇따랐다. 밤마다 몰려든 사람들 탓에 공동묘지는 몸살을 앓았고, 동상은 훼손되기까지 했다. 조용히 잠들어야 할 묘지가 밤마다 소란한 구경거리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결국 1967년, 유족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이 동상을 국가 기관에 기증하기로 한다. 검은 여인은 오랜 세월 지켜 온 묘지를 떠나 창고 깊숙한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지금은 워싱턴의 한 건물 안뜰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세월 묘지를 지키던 동상이 도시 한복판의 건물 안뜰로 옮겨졌다는 사실은, 어딘가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제 블랙 아기 앞에는 더 이상 담력을 시험하러 오는 젊은이도, 자정의 붉은 눈을 찾는 구경꾼도 없다. 그저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검은 여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앉아 있을 뿐이다. 소문은 잦아들었지만, 그 형상만은 처음 그대로 남아 있다.

관리인이 느낀 것

오랜 세월 이 공동묘지를 관리해 온 한 관리인은 블랙 아기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는 밤마다 몰려드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었다는 기이한 일들을 수없이 전해 들었다. 그는 훗날 사람들이 그 동상을 무서워하면서도 밤만 되면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관리인 자신은 붉은 눈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그 검은 여인 앞에만 서면 누구나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 서늘함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오랜 세월 동상을 지켜본 그조차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남은 이야기들

블랙 아기가 남긴 이야기들은 몇 가지 사실로 정리된다. 이 검은 동상은 19세기 말부터 1967년까지 60년이 넘도록 한 공동묘지를 지켰다. 그 세월 동안 붉은 눈과 죽은 풀, 그리고 무릎의 저주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밤마다 찾아온 사람은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고, 담력 시험 끝에 목숨을 잃었다는 청년의 이야기까지 더해졌다. 결국 국가 기관이 나서 이 동상을 옮겨야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의 소동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의론자들은 모두 소문일 뿐이라 말하지만, 그 서늘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블랙 아기를 둘러싼 이야기 대부분은 명확한 기록보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 동상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에게 실제로 두려움을 안겼고, 결국 조용한 안뜰로 옮겨져야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어쩌면 진짜 저주는 동상 자체가 아니라, 그 검은 형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난 것인지도 모른다.

검은 여인으로 남다

블랙 아기는 세워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짙은 소문에 둘러싸여 있다. 슬픔을 담아 만든 한 조각상이 어떻게 저주받은 동상이 되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물음이다. 정말 무언가가 깃들었다는 이야기와, 복제품 논란과 소문이 만든 착각이라는 설명은 끝내 하나로 모이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검은 여인 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과 결국 동상을 그 자리에서 치워야 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블랙 아기는 워싱턴의 한 조용한 안뜰에서 여전히 두건 속 어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며: 동상이 남긴 물음

블랙 아기 이야기는 단순한 괴담으로 넘기기 어렵다. 슬픔을 담아 만든 조각상 하나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을 안겼는지, 그리고 왜 결국 국가 기관까지 나서서 치워야 했는지가 이 사건을 더욱 기묘하게 만든다. 슬픔을 담은 조각에도 정말 어떤 힘이 깃들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두려움을 키운 것일까. 얼굴을 가린 이 검은 여인은 100년이 넘도록 서늘한 물음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두건 속 어둠은, 지금도 아무런 답을 내어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 어둠 속에서 읽어 낸 붉은 눈은, 우리 자신의 두려움이 비친 그림자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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