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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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펠레의 저주는 진짜일까? 돌을 돌려보내는 수천 명의 진실

하와이 펠레의 저주는 진짜일까? 돌을 돌려보내는 수천 명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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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천 개의 돌이 돌아오는 국립공원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관리 사무실에는 매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포가 수천 개씩 도착한다. 상자를 열면 안에는 새까만 용암 조각이나 한 줌의 검은 모래, 그리고 손으로 눌러쓴 긴 사연이 함께 들어 있다. 보낸 사람들은 얼굴도 모르는 관리원에게 한결같이 애원한다. 이 돌을 제발 원래 있던 화산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이 계속 무너진다는 것이다. 겨우 주먹만 한 돌 하나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었을까.

돌멩이 하나를 가방에 넣었을 뿐인데 그 뒤로 수천 명의 삶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지어낸 괴담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소포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창고 한쪽에 쌓여 가고 있다. 미국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자리한 이 국립공원은 킬라우에아와 마우나로아라는 세계적인 활화산을 품고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그중 일부는 검은 용암석이나 반짝이는 화산 모래를 여행의 추억으로 몰래 챙긴다. 그리고 얼마 뒤, 상당수가 그 돌을 다시 상자에 담아 되돌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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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소포라 불리는 상자들

관리원들은 이 상자들을 양심의 소포라고 부른다. 세계 곳곳에서 도착한 상자들이 창고 벽을 따라 빼곡히 쌓여 있다. 상자 속 사연의 내용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하와이를 다녀온 뒤로 이유 없이 불행이 겹쳤고, 병을 얻거나 직장을 잃었으며, 오래된 관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모든 불운의 시작이 여행지에서 몰래 집어 온 이 작은 돌이라고 믿는다. 화산의 여신 펠레가 자신의 것을 훔쳐 간 자에게 벌을 내렸다는 이야기, 이것이 바로 펠레의 저주다.

돌아온 돌의 무게, 결코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현상은 소수의 기묘한 사례로 치부할 수 없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은 해마다 수천 통의 소포를 받는다고 밝혔다. 되돌아온 돌과 모래의 무게는 한 해에만 수백 킬로그램에 이르고, 수십 년간 창고에 쌓인 양은 트럭으로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관리원들은 상자에 담긴 사연을 따로 모아 보관하는데, 그것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운이 이상하리만치 같은 모양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소포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전부터다. 어떤 상자는 우표가 색이 바랠 만큼 오래되었고, 어떤 상자는 최근에 도착해 아직 개봉조차 되지 않았다. 보낸 이의 국적도 제각각이다.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전 세계에서 검은 돌이 되돌아온다.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가 하와이에서 무언가를 가져갔고 그 뒤로 삶이 어긋났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고, 사연은 너무나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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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를 돌려보낸 한 남자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한 미국인 남자의 사연이 있다. 그는 하와이의 검은 해변에서 고운 모래 한 줌을 병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그저 여행의 기념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의 삶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오래 사귄 연인이 떠났고, 아끼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며, 예상치 못한 사고와 빚이 잇따랐다. 결국 그는 그 모래를 다시 상자에 담아 공원으로 부쳤다. 상자 안에는 떨리는 글씨로 남긴 부탁이 함께 있었다. 제발 이 모래를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그조차도 자신의 불운이 정말 그 모래 때문이었는지 끝내 확신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는 돌을 되돌려 보내는 쪽을 택했다. 만에 하나라는 불안, 그리고 남의 것을 가져왔다는 마음의 짐이 그를 움직인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인터넷에는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글이 수없이 올라와 있고, 그들 대부분은 돌을 돌려보낸 뒤에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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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한 밤들

돌아온 사연 중에는 읽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글이 많다. 어떤 사연에는 하와이에서 보낸 날들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그 돌을 가져온 뒤로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은 저주 같은 것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엇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돌려놓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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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에서 반복되는 세 가지 불운

되돌아온 사연을 오래 살펴본 사람들은 그 안에서 반복되는 흐름을 발견했다. 가장 많은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과 사고였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앓아눕거나 사소한 일에서 크게 다치는 일이 잦았다. 다음으로 많은 것은 관계의 붕괴로, 오래된 연인과 가족이 이유 없이 멀어지고 흩어졌다. 마지막은 돈과 관련된 불운으로, 안정적이던 직장을 잃거나 예상치 못한 손실이 겹쳤다.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닮아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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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인가, 마음이 만든 이야기인가

많은 심리학자들은 이 사연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는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불운을 겪는다. 그런데 마음속에 죄책감이라는 씨앗이 심어지면, 우리의 뇌는 그 뒤에 벌어진 나쁜 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꿰기 시작한다. 규칙을 어기고 돌을 가져왔다는 자각이, 이후의 모든 불운을 그 돌 탓으로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라 부른다. 좋은 일은 쉽게 잊히고 나쁜 일만 또렷하게 기억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빠지기 쉬운 사고의 함정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심리가 더해진다. 바로 죄책감이 만들어 내는 자기 처벌의 감각이다. 규칙을 어겼다는 자각은 마음 한구석에 작은 불안을 남긴다. 그 불안은 이후에 벌어지는 사소한 불운마저 자신에 대한 벌처럼 느끼게 만든다. 돌을 되돌려 보내는 행위는 그래서 일종의 속죄 의식에 가깝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돌을 부친 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한다. 저주가 풀린 것이 아니라, 죄책감이라는 짐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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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이야기는 언제 태어났을까

흥미롭게도 많은 역사학자들은 펠레의 저주가 아주 오래된 원주민 신앙 그대로는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하와이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화산과 대지를 신성하게 여겼고, 함부로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을 큰 무례로 보았다. 하지만 돌을 가져가면 저주를 받는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20세기 들어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빠르게 퍼졌다. 일부 기록은 공원 관리원과 관광 안내원들이 돌을 마구 집어 가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이 경고를 퍼뜨렸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진실이 무엇이든, 그 이야기는 이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이 커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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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여는 관리원의 마음

오랫동안 이 소포들을 받아 온 한 공원 관리원은 상자를 열 때마다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같이 낯선 사람들의 죄책감과 마주한다. 문제는 되돌아온 돌을 원래 있던 자리에 정확히 되돌려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잘못 놓인 돌은 오히려 화산의 생태를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포는 열린 채 창고 한쪽에 조용히 쌓여만 간다. 사람들의 죄책감을 대신 떠안은 상자들이, 주인을 잃은 채 어둠 속에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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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행렬과 평범한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와이의 창고에는 상자가 계속 도착하고 있다. 해마다 수천 통이 넘는 소포가 세계 곳곳에서 날아오고, 되돌아온 돌과 모래의 무게는 매년 수백 킬로그램에 달한다. 수십 년째 이어진 이 행렬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이들 대부분이 저주를 굳게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돌을 부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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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라는 이름이 남긴 진짜 교훈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펠레라는 이름이 있다. 하와이 신화에서 펠레는 불과 화산을 다스리는 여신이다. 그녀는 대지를 무너뜨리는 파괴자인 동시에 새로운 땅을 빚어내는 창조자로 여겨진다. 원주민들에게 펠레의 화산은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신성한 존재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진짜 교훈은 저주가 아닐지도 모른다. 낯선 땅의 무언가를 가져갈 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곳을 지켜 온 사람들의 마음이다. 저주라는 이름 뒤에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아주 오래된 경고가 숨어 있었다.

실제로 많은 하와이 원주민들은 펠레의 저주라는 표현 자체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들의 신앙을 관광용 괴담처럼 소비하게 만든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저주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땅과 조상에 대한 존중이다. 돌 하나, 모래 한 줌도 그 땅의 일부이며 함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결국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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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일

돌을 돌려보낸 수천 명의 사람들은 어쩌면 저주 그 자체를 두려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로 견디지 못한 것은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왔다는 마음속의 무게였다. 그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그들은 먼 길을 돌아 돌을 되돌려 보낸다. 저주가 실재하든 그렇지 않든,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물음은 분명하다. 낯선 땅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돌 하나를 우리는 과연 조용히 제자리에 두고 올 수 있을까. 자연과 타인의 것을 존중하는 마음이야말로, 어떤 저주보다도 오래 우리를 지켜 주는 힘일 것이다.

결국 펠레의 저주는 초자연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인간의 양심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 우리는 규칙을 어기고 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고, 그 불편함은 이후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수천 명이 먼 바다 건너로 돌을 되돌려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저주를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오래된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물음을 던진다. 눈앞의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욕심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남겨 두는 존중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와이의 검은 돌은 지금도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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